아침에 지는 달! 밤새 하늘과 세상을 밝힌 달이 지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삼라만상은 전적으로 달에게 의지했었다. 어두웠던 하늘이 서서히 붉어지며 둥근 얼굴은 점점 핼쓱해 졌다. 밤새 빛나던 별빛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하나 둘 더 먼 하늘로 떠난다. 은은한 은빛속으로 화려한 금빛이 스며드니 집요하게 쫓아오는 붉은 빛을 피해 아직 여명이 남아 있는 서쪽 하늘가로 황급히 종종대며 달음박질 친다. 세상의 속삭임이 점점 소음으로 변해 갈 무렵 밤새 지나 온 시간들은 왔던 만큼 뒷걸음질 하고 붉은 하늘가로 흩어지는 어둠속에 그림자처럼 흔적도 없이 사그라 들고 있다. 아주 핼쓱해진 얼굴을 감추기라도 하듯 은빛 얼굴은 어느새 형체를 잃어가고 급기야 세상은 금빛으로 물들며 일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퇴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