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나무이야기 92

불시개화(不時開化), 12월의 진달래!

서강대 정문 옆으로 이어지는 울타리 언덕에 난데없이 진달래가 활짝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어! 진짜 진달래가 피었네!진달래는 봄꽃인데, 왜 겨울로 들어선 지금 꽃을 피웠을까?정신줄 놓은 놈이어서 그런 걸까?아니면 봄인 줄 착각했을까?아무튼 겨울에 보는 진달래 꽃이어서 진귀한 모습 같기도 하고, 이상한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시선이 자꾸 머문다.진달래는 이른 봄인 3월에 잎이 나기도 전에 연분홍빛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봄꽃나무이다.3월이 돼도 아직 조금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진달래가 깔때기 모양의 붉은 꽃을 피우면 그래도 봄이 코앞에 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매년 이른 봄에 진달래꽃이 필 무렵이면 두견새가 날아온다 해서 진달래꽃은 두견화라고도 불리는데, 진달래는 진(眞)+달래(꽃)이라는 의미로..

생각대로 視線 2024.12.05

카나비눔등골나물(Eupatorium cannabinum) (24.14월)

11월 중순을 넘어서며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 탓에 모두가 움츠린 요즘, 카나비눔등골나물은 오히려 활개 치듯 화려한 분홍빛 꽃들을 피워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이름에서 짐작하듯이 물 건너온 식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얼핏 보면 향등골나물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잎자루가 거의 없어 줄기에 붙어 있는 듯한 모습이 향등골나물과 다른 점이다.가지마다 분홍빛 작은 꽃들이 다발로 피었는데, 꽃마다 실이 꼬여 엉킨듯해 보이기도 하고, 마치 거품이 일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카나비눔등골나물은 잎이 대마잎과 비슷해 대마등골나물이라고도 불리며, 아직 정식 등록된 이름이 없어 종소명을 붙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카나비눔등골나물]초롱꽃목 국화과 등골나물속여러해살이풀, 높이 1~1.5m잎 마주나기, 긴 타원형, 톱니꽃 7~..

풀 이야기 2024.11.25

배롱나무 탄 고양이!!!(24.11월)

배롱나무 탄 고양이 아침 산책을 나서는데, 정원의 배롱나무에서 예쁜 하얀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줄기를 따라 이리저리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들어 온다. 겨울이 코 앞이라 배롱나무 아랫줄기를 천으로 감아 월동준비릏 해 놓았는데, 마침 아기 고양이들이 오르락내리락 야단이다. 일종의 천연 고양이 캣타워라고나 할까! 아침을 맞는 아기 고양이들도 아마 몸풀기 아침운동을 하고 있나보다. 고양이들의 몸놀림이 경쾌한 걸보니 덩달아 내 발걸음도 경쾌해 진다.

순간 동영상 2024.11.15

바질(Ocimum basilicum) (24.11월)

동네 꽃밭으로 들어서는 초입에 줄기마다 하얀 꽃을 피워내며 독특한 향을 풍기는 바질이 시원한 늦가을의 아침을 맞고 있다. 바질은 잎과 꽃과 줄기에서 박하향보다 더 진한 향기를 풍기는데, 근처에 가까이 다가만가도 달콤한 향기를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바질은 지중해 요리와 태국 요리에서 널리 사용되는 향신료 중 하나이다. 바질(basil)은 라틴어 basilius와 그리스어 βασιλφυτ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왕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바질이 왕실에서 쓰이는 왕실식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바질] 통화식물목 꿀풀과 바질속 한해살이풀, 높이 70cm 잎 마주나기, 난상 장타원형, 톱니 꽃 7~11월, 흰색, 층층이 원추형 열매 견과, 난형, 종자 검은색 [바질]은 통화식물목 꿀풀과 바질속의 한해살이풀이며, ..

풀 이야기 2024.11.02

탄지, 쑥국화(Tanacetum vulgare) (24.10월)

동네꽃밭 한 켠에 쑥국화가 가지 끝에 동그랗고 자그마한 노란 꽃송이들을 올망졸망 매달고 쌀쌀해진 아침을 맞고 있다. 북쪽의 추운 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는 쑥국화는 당연하게도 추위에는 강한 편이며 한여름에 꽃이 피기 시작하여 서늘해진 초겨울까지 꽃이 피기 때문에 요즘에도 꽃을 볼 수 있다. 줄기나 가지가 아래로 처지며 서로 엉키고, 또 옆으로 쓰러져 덩굴처럼 뒤죽박죽인 모습이다. 쑥국화는 꽃이 국화를 닮았고 전초에서 쑥향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쑥국화] 초롱꽃목 국화과 쑥국화속 여러해살이풀, 높이 60~70cm 잎 긴타원형, 12쌍, 톱니 꽃 7-11월, 노란색, 두상화 열매 수과, 10~11월 [쑥국화]는 초롱꽃목 국화과 쑥국화속의 여러해살이풀이며, 높이는 60~70cm이다. 학명은 Tana..

풀 이야기 2024.10.31

종이꽃, 부겐빌레아(Bougainvillea glabra Choisy) (24.10월)

오가는 동네 큰 길가의 작은 정원에 부겐빌레아가 붉은 꽃이 화려하게 피어난 듯한 모습으로 가을을 맞고 있다. 사실 붉은 꽃잎같이 보이는 것은 잎이 변한 포엽이다. 포엽을 살펴보면 아주 작고 볼품없어 보이는 하얀 꽃을 볼 수 있다. 꽃보다 잎이 더 화려한 꽃나무이다. 부겐빌레아는 1760년대에 프랑스의 식물학자 필리베르토 코마슨에 의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며, 부겐빌레아라는 이름은 그의 친구인 태평양을 처음 횡단한 탐험가 L.A de Bougainville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종이처럼 생긴 포엽이 꽃처럼 봉이기 때문에 영어 이름은 Paper flower(종이꽃)라고도 부른다. [부겐빌레아] 중심자목 분꽃과 부겐빌레아속 상록 덩굴성 관목, 높이 4∼5m 잎 어긋나기, 달걀 모양, 밋밋..

나무 이야기 2024.10.20

버들잎해바라기(Helianthus salicifolius) (24.10월)

동네 꽃밭에 버들잎해바라기들이 노란 꽃송이들을 하늘거리며 상큼한 가을 아침을 맞고 있다. 얼핏 보면 키 작은 해바라기를 닮은 듯해 보이기도 하고, 루드베키아꽃을 닮은 듯해 보이기도 한다. 여름 꽃들이 시들해지는 요즘 시기에 버들잎해바라기들이 선명한 황금빛 꽃송이들을 피워내고 있어 시선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버들잎해바라기는 꽃은 작은 해바라기를 닮았고,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길쭉한 모습이 버드나무 잎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영어 이름인 Willow-leaved Sunflower를 번역한 이름이다. [버들잎해바라기[ 초롱꽃목 국화과 해바라기속 여러해살이풀, 높이 1~2m 잎 어긋나기, 마주나기, 톱니 꽃 10~11, 노란색, 두상화 열매 수과 [버들잎해바라기[는 초롱꽃목 국화과 해바라기속의 여러해살이풀이..

풀 이야기 2024.10.19

은쑥(Artemisia schmidtiana Maxim) (24.10월)

얼마 전, 강동구에 새로 지어진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정원에서 은쑥을 만났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길가에 서리 맞은 듯한 빛깔의 다소곳한 모습이다. 은쑥은 누가 봐도 옮겨 심은지 얼마 안돼 보이지만 나름 제자리를 잡고 노란색 작은 꽃들을 피우고 있다. 대부분의 은쑥은 은빛깔의 잎들이 무성한 모습이 대표적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녀석은 윗부분에 사방으로 난 가지 끝에 꽃들이 오밀조밀하게 피어나고 있다. 꽃은 작지만 들여다보면 나름 꽃다워 보인다. 은쑥은 생김이나 형태는 쑥을 닮지는 않았지만, 잎에서 쑥향기가 나고 잎이 회녹색의 은빛깔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명은 'Angel's Hair', 또는 'silvermound'라 불리는데 '은빛 뭉치'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은쑥] 초롱꽃목 국화과 쑥속 여러..

풀 이야기 2024.10.17

흰작살나무(Callicarpa japonica var. leucocarpa) (24.10월)

서울로7017 고가정원길의 흰작살나무가 요즘 하얀 열매들을 가지마다 줄줄이 매달고 가을을 맞고 있다. 아래로 낭창하게 아래로 휘어진 가지를 따라 무리를 지어 꽃이 피었던 잎겨드랑이마다 하얀 열매들이 뭉쳐서 주렁주렁 달렸다.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나는 열매들은 정말 진주처럼 영롱하다. 작살나무는 줄기에 가지가 마주 보며 나는 모습이 작살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흰작살나무는 꽃과 열매가 흰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흰작살나무] 통화식물목 마편초과 작살나무속 낙엽 활엽 관목, 높이 2~3m 잎 마주나기, 긴타원형, 잔톱니 꽃 7~8월, 흰색, 취산꽃차례 열매 핵과, 구형, 흰색, 10월 [흰작살나무]는 통화식물목 마편초과 작살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며, 높이는 2~3m이다. 학명은 Callic..

나무 이야기 2024.10.16

아침에도 지지 못하는 달

아침에도 지지 못하는 달 희미하게 창백해진 반쪽달이 오도 가도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며 아침인데도 서쪽 하늘가를 서성거린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한때는 세상을 밝히는 유아독존이었는데 그때는 무수한 별빛도 고개를 숙였고 미소 띤 얼굴은 모두의 추억이었는데 이제는 존재의 의미조차 빛바래고 있구나 온통 남을 위해 산 것만도 아니었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산 것만도 아니었는데 뒤돌아 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살다 보니 그저 살기만 위해 산 것처럼 회한만 남았다 나이를 더해가도 마음은 늘 제자리 순간처럼 지나간 세월은 흔적도 없지만 한걸음 더 내딛고 싶어 큰 숨 들이쉬고 내뱉을 숨이 남아 아직 그 자리 서성인다 짓눌리고 일그러져 납덩이처럼 피리 할지라도 담아두었던 어제의 기억은 오늘도 또렷하다..

잡담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