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視線 16

12월의 에키나시아!!!

벌써 12월 중순에 접어드는 동절기에 경의선숲길공원의 화단에서 에키나시아 꽃 한 송이가 불쑥 눈에 들어온다.이리 보고 저리 봐도 서둘러 핀 듯한 모습이 영력하다. 화단에는 이제 꽃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는데, 어느 날 빈 화단에서 문득 에키나시아 꽃 한 송이가 나타났다.추운 날씨를 이겨내며 바쁘게 꽃을 피우다 보니 손가락 만한 아주 작은 키에 꽃 한 송이만 달랑 피웠다.본래 줄기 높이가 1m가 넘도록 크게 자라는데 작아도 너무 작은 키다.바쁘다 바빠! 에키나시아!보통은 벌써 결실을 맺어 지금쯤은 열매들이 달려있어야 하는 시기이다.에키네시아는 여름철에 꽃을 피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왜 추운 12월에 꽃을 피웠는지 궁금하다.제때를 벗어난 시기에 꽃이 피는 일종의 불시개화(不時開化)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생각대로 視線 2024.12.14

불시개화(不時開化), 12월의 진달래!

서강대 정문 옆으로 이어지는 울타리 언덕에 난데없이 진달래가 활짝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어! 진짜 진달래가 피었네!진달래는 봄꽃인데, 왜 겨울로 들어선 지금 꽃을 피웠을까?정신줄 놓은 놈이어서 그런 걸까?아니면 봄인 줄 착각했을까?아무튼 겨울에 보는 진달래 꽃이어서 진귀한 모습 같기도 하고, 이상한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시선이 자꾸 머문다.진달래는 이른 봄인 3월에 잎이 나기도 전에 연분홍빛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봄꽃나무이다.3월이 돼도 아직 조금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진달래가 깔때기 모양의 붉은 꽃을 피우면 그래도 봄이 코앞에 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매년 이른 봄에 진달래꽃이 필 무렵이면 두견새가 날아온다 해서 진달래꽃은 두견화라고도 불리는데, 진달래는 진(眞)+달래(꽃)이라는 의미로..

생각대로 視線 2024.12.05

이팝나무에 쑥 났다! (24.9월)

마포 이팝나무 가로수길은 매년 입하 무렵이면 이팝나무들이 쌀밥 같은 하얀 꽃송이들이 풍성하게 피워내 거리를 하얗게 물드리는 곳이다. 9월에 접어들자 이팝나무에는 열매들이 검게 여물어가고, 비둘기들은 열매를 따 먹느라 난리법석이다. 그런데, 요즘 이곳 이팝나무에 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양쪽 길가에 즐비한 이팝나무들 중에 유독 한 나무줄기에 눈길이 간다. 나무줄기 아랫부분에 새로 돋은 가지처럼 보이는 작은 가지가 왠지 조금은 낯설어 보인다. 얼핏 보면 이팝나무 새 가지가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이팝나무 가지와는 좀 달라 보인다. 어라! 가까이 다가가보니 아니! 쑥이다. 쑥이 이팝나무줄기에 뿌리를 내리고 쑥쑥 자라고 있다. 말로는 믿지 못하고, 보고 있어도 스스로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버젓이 벌..

생각대로 視線 2024.09.12

민들레의 고군분투! (24.8월)

동네 공원 한 켠에 노란 꽃 한 송이가 불현듯 피어올랐다. 어제도 보지 못했는데... 온통 잔디밭이지만 잔디꽃은 분명 아닌데... 신기해하며 다가가보니 민들레다. 정확히는 서양민들레 꽃 한 송이다. 잔디들만 사는 잔디 천지에 유독 키 작은 서양민들레가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겨우 검지 손가락 만한 키로 자랐는데 잎새를 살펴보니 잔디 잎 만해 잘 구별이 안될 정도로 아주 작다. 허지만 보란 듯이 노란 꽃을 피워낸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애잔해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버텨내기 힘겨웠을까? 오늘은 버틸 만 한가? 적들의 땅에 몰래 들어와 사방이 온통 적군들에게 둘러싸인 땅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어디 그리 녹록했을까. 이 땅에 뿌리내린 지 겨우 100년 정도 되는 서양민들레이다 보니 아직..

생각대로 視線 2024.08.11

때죽나무 충영(벌레혹) (24.6월)

오며 가며 마주치는 길가의 때죽나무에는 요즘 거꾸로 매달린 듯한 모습의 동그란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그런데, 마치 하얀빛이 나는 황록색 꽃들이 핀 듯한 둥그런 것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때죽납작진딧물 충영(벌레혹)이다. 때죽납작진딧물이 때죽나무에 기생하며 꽃처럼 보이는 바나나 모양의 충영(벌레혹)을 만들었다. 충영(蟲廮)은 줄기나 잎, 또는 뿌리 등 식물체 전체에서 생길 수 있는 혹 모양으로 팽창한 부분을 말하는데, 이는 식물체에 곤충이 알을 낳거나 기생하는 등 외부자극에 의해 특정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이상 발육한 부분을 말한다. 때죽나무에는 6월 상순부터 가지 끝에 충영(벌레혹)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때죽납작진딧물이 때죽나무에 자극을 주고, 때죽나무는 이에 반응해 부풀게 해서 스스로..

생각대로 視線 2024.06.25

식물은 꽃이 필 때를 어떻게 알까! (24.2월)

매년 겨울이 지나고 새봄을 맞으면 세상은 마치 다시 살아난 듯 꿈틀댄다. 나무들은 줄기에 물이 오르고 잎이 돋고, 아직 얼음처럼 차가운 땅을 뚫고 여리디 여린 풀잎이 솟아난다. 그리고 때가 되면 기다리기라도 한 듯 차례차례 꽃들을 피운다. 식물은 자신들이 꽃을 피워야 하는 시점을 어떻게 아는 걸까? 이제 곧 봄이 오면 무수한 꽃들이 차례대로 피어날 것이다. 납매와 매화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이고, 뒤이어 영춘화나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 벚꽃, 히어리 등등 다양한 봄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식물은 각자 꽃 피는 시기가 왜 다른 걸까? 꽃피는 시점은 정해져 있는 걸까? 어느 시기가 되면 식물은 꽃을 피워야 할 때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 걸까?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역에서 식물에 꽃이 피는 현상에 ..

생각대로 視線 2024.02.01

낙산사의 Pine Gate! (23.10월)

가을이 내린 낙산사를 오랜만에 찾았다. 짧은 오르막길을 숨차게 올라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훤히 내려다 보이는 동해바다가 언제나 그랬듯 가슴 시원하게 해 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이 아득해질 만큼 멀리까지 내다보인다. 의상대로 들어서자 늘 궁금했던 소나무가 함께 보이니 반갑고 또 반갑다. 의상대 소나무는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푸른 잎을 달고 해풍을 맞고 있는 당당한 모습이어서 안도감이 든다. 비록 줄기의 고사한 듯한 모습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아주 오래 전인 30여 년 전, 이 의상대 소나무는 고사 직전이었다. 보통 바닷가에 사는 해송이 아니라 깊은 산에서 주로 살아가는 적송인 육송이어서 명품으로 여겨져 오던 나무였다. 애국가에 일출장면과 함께 한 동안 단골 출연 하던..

생각대로 視線 2023.11.16

신비한 소나무와 신갈나무 연리목! (23.10월)

대관령 옛길로 들어서니 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줄기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흘러내린다. 가을 가뭄이라 얘기하는데, 대관령 계곡은 맑고 깨끗한 물이 힘차게 흘러내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이곳저곳에 울긋불긋한 단풍이 제법 가을스럽게 내려 않았다. 옛길을 오르다 버드나무 고목들이 모여 자라고 있고, 벌써 잎새를 모두 떨군 귀룽나무들이 있는 곳에서 아주 특별한 나무를 만났다. 소나무와 신갈나무 연리목! 등산로와 계곡 사이에 자리 잡은 두 나무는 마치 한 나무인양 붙어서 살고 있다. 덩치로 미루어 짐작건대 제법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듯해 보인다. 어라! 사실인가?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 진짜 현실인가? 두 나무는 달라도 너무 다른 집안에 속한 나무들이라 연리목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걸까 하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생각대로 視線 2023.10.30

싹둑 잘려나간 할아버지 밤나무와 할머니 버드나무! (허난설헌생가터 23.10월)

가을이 찾아든 강릉 초당동의 허난설헌생가터를 찾으니 정말 가을이 이만큼 다가와 있다. 키 큰 병정처럼 입구를 지키는 튤립나무들 잎에도 어느새 조금씩 가을이 물들어 간다. 생가터를 둘러싼 소나무들은 여느 때처럼 늘 푸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그늘을 드리워 주고 있다. 소나무 가지사이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청설모들은 오늘도 바쁘게 나무를 탄다. 생가터 옆 솔숲 오솔길로 들어서니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스친다. 소나무들도 싱싱하고, 고목이 된 감나무들도 아무 일 없이 좋아 보인다. 그곳은 늘 그랬던 것처럼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산책길 옆에서 늘 그 자리를 지키던 할아버지 밤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줄기 아래를 무참하게도 잘라버렸다. 왜 잘렸을까? 왜 잘라버렸을까! 도대체 왜 싹둑 잘..

생각대로 視線 2023.10.17

수국꽃이 오래 피는 까닭은? (23.10월)

수국은 꽃이 한 번 피면 여름 내내 피어 가을까지 간다. 꽃 색깔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꽃 모양을 유지한 채 정말 오랫동안 피어 있다. 게다가 꽃이 말라도 그 모습을 유지한 채 가지에 매달려 겨울을 난다. 왜 그럴까? 일반적인 꽃의 생태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수국의 꽃에는 꽃잎이 없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잎처럼 생겼지만 꽃잎이 아닌 꽃받침이다. 정확하게는 꽃받침잎, 또는 꽃받침 조각이다. 보통의 꽃에서 꽃받침은 대개 초록빛으로 꽃잎을 감싸는 구조인데, 수국에서는 꽃받침이 꽃잎처럼 발달한다. 그래서 무성화, 즉 헛꽃이다. 산수국은 꽃의 중앙 부분에 자잘한 진짜꽃이 피고, 주변에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큼직한 가짜꽃인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함께 핀다. 산수국의 헛꽃이 모티브가 되어 수국이 만..

생각대로 視線 2023.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