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視線

낙산사의 Pine Gate! (23.10월)

buljeong 2023. 11. 1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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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소나무(2023.10.31. 낙산사)


가을이 내린 낙산사를 오랜만에 찾았다.
짧은 오르막길을 숨차게 올라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훤히 내려다 보이는 동해바다가 언제나 그랬듯 가슴 시원하게 해 준다.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이 아득해질 만큼 멀리까지 내다보인다.
의상대로 들어서자 늘 궁금했던 소나무가 함께 보이니 반갑고 또 반갑다.

의상대 소나무(2023.10.31. 낙산사)


의상대 소나무는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푸른 잎을 달고 해풍을 맞고 있는 당당한 모습이어서 안도감이 든다.
비록 줄기의 고사한 듯한 모습은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아주 오래 전인 30여 년 전, 이 의상대 소나무는 고사 직전이었다.
보통 바닷가에 사는 해송이 아니라 깊은 산에서 주로 살아가는 적송인 육송이어서 명품으로 여겨져 오던 나무였다.
애국가에 일출장면과 함께 한 동안 단골 출연 하던 나무였기에 걱정이 많았었다.
당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나무에 막걸리를 부어주고 영양제를 주는 등 많은 관심과 사랑이 모여 이 소나무를 살려 냈었다.
오늘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대하니 감개무량하다.

의상대 소나무(2023.10.31. 낙산사)


발걸음도 가볍게 낙산사 경내로 들어서니 여기저기 가을이 내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걸어 들어가다 보니 어라! 문이 하나 더 생겼다.
당당하게 서 있던 키 큰 소나무가 강풍에 쓰러졌는지 길을 가로질러 누워있다.
얼핏 보면  떡하니 길을 가로막은 듯한 모습이지만 윗부분 가지로 줄기를 떠받치고 있어 웬만한 사람들은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드나드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인다.
어떻게 이렇게 쓰러졌을까?
길을 가로질러 쓰러졌어도 사람의 통행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살아있는 소나무 문이 하나 더 생긴 듯하다.
나무관세음보살!

쓰러진 소나무(2023.10.31. 낙산사)


길을 가로질러 쓰러졌어도 소나무는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을 결코 방해하지 않는다!
비록 쓰러졌어도 이 소나무가 죽지 않고 계속 삶을 이어 갈 것이지 궁금해진다.
더 궁금한 것은 사람들이 이 소나무의 상태를 지금 모습 그대로 그냥 계속 지켜 봐 줄 것인지 더 궁금해진다.
조금이라도 거추장스러우면 견디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속성인지라 곧 잘라 버릴 것 같아서 심히 걱정은 된다.
그러나 법력이 높은 스님들이 머무는 곳이니 이 모습 그대로 둘 것만 같은 좋은 느낌도 든다.
비록 쓰러졌지만 소나무가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있는 통행문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명물이 될 것만 같다.

쓰러진 소나무(2023.10.31. 낙산사)


인간이 만든 환경에 자연이 붓 하나 더해서 만들어진 모습이라 그 자체가 신비한 모습이지만 어찌 보니 또 지극히 자연스러워 보인다.
오랜 세월 적송인 이 소나무는 바닷가에서 해풍을 이겨내며 긴 시간을 견디고 또 견디며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어느 순간 휴식이 필요했는지 누운 자세가 됐는데, 마치 본래 누워 살아온 듯 편안한 모습이다.
지나온 오랜 세월에 대한 쉼표 같은 시간을 시작한 듯해 보인다.
오랫동안 해풍에 시달리면서도 꼿꼿하게 서서 사람들을 맞았듯이, 비록 누워있는 모습이더라도 사람들이 이 길을 오가며 살아가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으면 좋겠다.
관음보님의 은총이 이 소나무와 함께하길 빌어본다.

쓰러진 소나무(2023.10.31. 낙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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