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겨울이 지나고 새봄을 맞으면 세상은 마치 다시 살아난 듯 꿈틀댄다.
나무들은 줄기에 물이 오르고 잎이 돋고, 아직 얼음처럼 차가운 땅을 뚫고 여리디 여린 풀잎이 솟아난다.
그리고 때가 되면 기다리기라도 한 듯 차례차례 꽃들을 피운다.
식물은 자신들이 꽃을 피워야 하는 시점을 어떻게 아는 걸까?
이제 곧 봄이 오면 무수한 꽃들이 차례대로 피어날 것이다.
납매와 매화가 가장 먼저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이고, 뒤이어 영춘화나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 벚꽃, 히어리 등등 다양한 봄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식물은 각자 꽃 피는 시기가 왜 다른 걸까?
꽃피는 시점은 정해져 있는 걸까?
어느 시기가 되면 식물은 꽃을 피워야 할 때라는 것을 어떻게 아는 걸까?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역에서 식물에 꽃이 피는 현상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밤과 낮의 길이다.
낮이 짧은 겨울이 지나고,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어지면 꽃이 피는 식물들이 있다.
이런 식물들을 장일식물(Long day plant)이라 부르며, 꽃이 피기 위해서는 임계일장(Critical day length) 이상의 낮 시간이 필요한 식물이다.
주로 봄에 피는 꽃들로 매화, 개나리 벚꽃, 진달래, 페튜니아 등이 낮이 기준시간보다 길어지면 꽃이 핀다.

반대로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꽃이 피는 식물들이 있다.
이런 식물들을 단일식물(Short day plant)이라 부른다.
주로 가을에 피는 꽃들로 국화, 코스모스 등이 낮이 짧아지면 꽃이 핀다.

단일조건에서만 꽃이 피는 식물을 질적단일식물(Quantitative short day plant)이라 부르는데, 봉선화, 병아리콩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낮이 짧아질 때 꽃이 피는 것이 촉진되는 식물을 양적단일식물(Quantitative short day plant)이라 부르며, 국화나 벼 등이 이에 속한다.


꽃이 피는 조건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일식물은 기준일장보다 긴 일장조건에서 개화가 촉진되거나 꽃이 피는 식물이다.
일반적으로 낮의 일조시간이 보통 12~14시간 이상 되지 않으면 꽃눈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장일식물의 개화는 전적으로 낮의 길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밤의 길이도 중요한 요소인데, 밤의 길이가 임계기간(Critical period) 이하로 짧아지는 것도 필수적인 조건이다.
밤의 길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꽃 피는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는데, 임계기간보다 밤이 긴 경우 빛을 일정시간 이상 비추어 주면 개화를 유도할 수도 있다.
절대적 장일식물(Absolute long day plant )이 있는데, 기준일장보다 조금이라도 짧은 일장조건에서는 결코 꽃이 피지 않는 식물로 시금치, 토끼풀, 귀리, 카네이션 등이 이에 속한다.

상대적 장일식물(Quantitative long day plant)도 있는데, 조금 짧은 일장조건에서도 개화하며 기준일장에 이르면 더욱 개화가 촉진되는 식물로 상추, 순무, 피마자, 당근, 과꽃 등이 이에 속한다.

단일식물은 햇빛이 내리쬐는 시간이 기준일장보다 짧은 일장조건에서 개화가 촉진되거나 꽃이 피는 식물이다.
국화. 담배, 딸기, 일본나팔꽃, 코스모스, 벼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밤과 낮의 길이에 관계없이 꽃을 피우는 식물들도 있는데, 이를 중일식물(Day neutral plant)이라 부른다.
완두, 옥수수, 민들레, 장미, 토마토, 오이, 감자, 채송화, 수정난풀, 해바라기 등이 이에 속한다.
중일식물은 한계일장이 없으며, 온도조건이 맞으면 계속 생장하며 꽃을 피운다.
정일성식물이라고 부르며 한계일장의 범위 내에서 일장 조건을 만족시킬 때 꽃이 피는 식물이다.
주로 12시간의 범위에서 주로 꽃이 피는 특징이 있는데, 범위 안에서는 꽃이 피고 범위를 벗어나면 꽃이 피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식물들은 밤과 낮의 연속적인 또는 상대적인 길이에 맞춰서 생장하고 꽃을 피운다.
1920년대 담뱃잎에 대한 광주기성(
Photoperiodism) 실험에서 빛이나 어둠에 아주 다른 변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빛의 노출시간이 개화에 영향은 미친다고 생각했으나 밤의 길이의 차이가 식물의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중요 요인임을 확인하였다.
식물들은 밤과 낮의 길이를 어떻게 알까?
밤과 낮의 길이를 측정하는 곳은 잎이다.
잎에 있는 피토크롬(Phytochrome) 또는 크리프토크롬(Cryptochrome)과 같은 광수용체 단백질(Photoreceptor protein)을 이용해 밤과 낮의 길이에 따른 계절의 변화를 읽어 낸다.
이렇게 밤과 낮의 길이의 변화를 읽어낼 줄 아는 식물들은 때맞추어 꽃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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