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공원 한 켠에 노란 꽃 한 송이가 불현듯 피어올랐다.
어제도 보지 못했는데...
온통 잔디밭이지만 잔디꽃은 분명 아닌데...
신기해하며 다가가보니 민들레다.
정확히는 서양민들레 꽃 한 송이다.
잔디들만 사는 잔디 천지에 유독 키 작은 서양민들레가 홀로 고군분투 중이다.
겨우 검지 손가락 만한 키로 자랐는데 잎새를 살펴보니 잔디 잎 만해 잘 구별이 안될 정도로 아주 작다.
허지만 보란 듯이 노란 꽃을 피워낸 모습이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애잔해 보이기도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버텨내기 힘겨웠을까?
오늘은 버틸 만 한가?






적들의 땅에 몰래 들어와 사방이 온통 적군들에게 둘러싸인 땅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어디 그리 녹록했을까.
이 땅에 뿌리내린 지 겨우 100년 정도 되는 서양민들레이다 보니 아직도 좀 낯설터인데, 정말 생명력이 남달라 보인다.
겨우 손가락마디만큼도 채 자라지 못했지만 서둘러 꽃을 피워냈으니... 환경은 최악의 조건이지만 후대를 이어가기 위해 온통 꽃을 피우는데 전력을 다했으리라.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가 계속되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만난 서양민들레 꽃 한 송이를 보고 있노라니 이까짓 더위가 뭐 그리 대수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적지에서 홀로 악전고투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요즘 토종민들레를 밀어내고 있다고 하여 살짝 미움받는 서양민들레이지만 역경을 딛고 선명한 꽃송이를 피워낸 모습은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오늘 아침햇살은 덥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부디 좋은 결실 맺기를 기대하며 너의 그 굳은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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