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視線

불시개화(不時開化), 12월의 진달래!

buljeong 2024. 12. 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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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핀 진달래(2024.12.02. 마포)


서강대 정문 옆으로 이어지는 울타리 언덕에 난데없이 진달래가 활짝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어! 진짜 진달래가 피었네!
진달래는 봄꽃인데, 왜 겨울로 들어선 지금 꽃을 피웠을까?
정신줄 놓은 놈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봄인 줄 착각했을까?
아무튼 겨울에 보는 진달래 꽃이어서 진귀한 모습 같기도 하고, 이상한 모습처럼 여겨지기도 해서 시선이 자꾸 머문다.

12월에 핀 진달래(2024.12.02. 마포)


진달래는 이른 봄인 3월에 잎이 나기도 전에 연분홍빛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봄꽃나무이다.
3월이 돼도 아직 조금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진달래가 깔때기 모양의 붉은 꽃을 피우면 그래도 봄이 코앞에 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매년 이른 봄에 진달래꽃이 필 무렵이면 두견새가 날아온다 해서 진달래꽃은 두견화라고도 불리는데, 진달래는 진(眞)+달래(꽃)이라는 의미로 진짜 꽃, 즉 참꽃이라는 의미이다.

12월에 핀 진달래(2024.12.02. 마포)


이렇듯 봄에 피는 진달래 꽃이 이른바 엄동설한이라는 동지가 가까워진 겨울에 내리는 눈을 이겨내며 부득불 꽃을 피우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어느 곳에서는 개나리가 피었다고도 하고, 철쭉이 피었다고도 하고, 벚꽃이 피었다고도 한다.
이렇게 제때를 벗어난 시기에 꽃이 피는 현상을 불시개화라 한다.
불시개화(不時開化) 현상은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닌데 꽃이 피는 이상 현상을 말하는데, 꽃이 필 시기를 이탈해 엉뚱한 시기에 피는 꽃을 두고 때를 맞추지 못했다는 의미로 불시화(不時花)라고도 부른다.

12월에 핀 진달래(2024.12.02. 마포)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이는 꽃들의 꽃피는 순서가 점점 헝클어지고, 자연의 잘 짜여진 순서가 붕괴돼 가고 있다는 한 전조일까?
식물에는 생체시계가 있어 낮의 길이가 길고 짧음에 따라 꽃이 피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런 식물들의 기본 생체리듬을 역행해 시기에 맞지 않는 꽃을 피우는 현상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동안 인간이 만들어 온 지구 환경은 지극히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이 많다.
특히 어두워야 하는 밤이 대낮처럼 밝은 빛 공해가 도시에는 아주 심각하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밤과 낮의 길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며 이를 기준으로 삼아 꽃을 피우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해 일기가 고르지 않고 불규칙해지다 보니 혼동을 일으켜 꽃이 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는 것은 아마 아닐 것이다.
단지 가을이나 겨울에 꽃이 피고 결실도 맺지 못한 채 또 봄에 꽃을 피우는 혼동을 겪는 나무들은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물론 에너지 낭비도 많을 것이다.
불시개화 현상을 보이는 나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저 이상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나무들이 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영양분인 거름이라도 충분히 주는 손길이 절실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내년에도 또 내년에도 계속해서 아름다운 꽃을 제때에 잘 피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2월에 활짝 핀 진달래가 오랫동안 발길을 붙잡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12월에 핀 진달래(2024.12.02. 마포)


**진달래, 철쭉, 영산홍 구별**
진달래는 산철쭉이나 철쭉보다 일찍 꽃이 피고, 하나의 꽃눈에 하나의 꽃이 피지만, 산철쭉이나 철쭉, 그리고 영산홍은 하나의 꽃눈에 2~3개의 꽃이 핀다.
그리고 진달래에는 10개의 수술이 있으나 영산홍은 5개, 그리고 철쭉은 10개인데, 5개는 길고 5개는 짧아 구별할 수 있다.

철쭉
영산홍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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