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도 지지 못하는 달 희미하게 창백해진 반쪽달이 오도 가도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며 아침인데도 서쪽 하늘가를 서성거린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한때는 세상을 밝히는 유아독존이었는데 그때는 무수한 별빛도 고개를 숙였고 미소 띤 얼굴은 모두의 추억이었는데 이제는 존재의 의미조차 빛바래고 있구나 온통 남을 위해 산 것만도 아니었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산 것만도 아니었는데 뒤돌아 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살다 보니 그저 살기만 위해 산 것처럼 회한만 남았다 나이를 더해가도 마음은 늘 제자리 순간처럼 지나간 세월은 흔적도 없지만 한걸음 더 내딛고 싶어 큰 숨 들이쉬고 내뱉을 숨이 남아 아직 그 자리 서성인다 짓눌리고 일그러져 납덩이처럼 피리 할지라도 담아두었던 어제의 기억은 오늘도 또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