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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찌르는 듯 내리 쏟는 햇살이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창처럼
내리 꽂힌다.
열광(烈光)이 지나는 곳마다
외마디 비명이 인다.
비둘기는 축 처진 날개를 질질 끌고
참새들은 연신 분수대에 텀벙댄다.
바람결조차 한숨 쉬듯 사라지면
숨 멎듯 다급한 부채질에
성급한 발걸음 징징대고 종종 댄다.
뱀처럼 담장을 휘감은 장미는
불볕 섞인 빨간 미소를 머금었고
가지마다 축 처진 잎새 사이로
알알이 여무는 열매들은
터질 듯 팽팽히 부풀었다.
푹푹 찌는 열기 속에
낭만도 숨죽인 듯 시들하고.
세상은 멈춘 듯 느려진다.
한 낮은 그을린 살갓을 터트리 듯
그렇게 울부짖으며 이글이글 다가선다.
buljeong
2024.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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