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당연한 것이 서럽다

buljeong 2024. 7. 26. 16:03


당연한 것이 서럽다

아침에 지는 달은 당연한 것인데도
저렇게 가슴이 구멍난 듯 보이는 것은
벌써 나이 든 서러움 때문인가?

매일같이 찾아 오는 아침과 저녁이
조금 늦게오거나 조금 빨리 온 적도 없건만
오늘따라 그냥  그렇게 서럽다.

계절따라 어김없이 한숨이 늘어가고
더하고 더한 흔적들이 빼곡히 남았는데
뭔가 빠진 듯 또 채우고 웅켜쥐려 발버둥 친다.

만남은 늘 그럴 것이라 짐작하고
헤짐은 언제나 갑작스럽고 화가 난다
잠시 머뭄이 영원할 줄 아직도 착각하며

오면 가고 가면 또 오는 것인데
당연한 것들은 늘 오고 가는 것인데
왜 오는 것보다 가는 것이 많은 걸까

잃는 것이 많아지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짜맞춘 듯 시간표는 하루하루를 더하는데
나만은 늘 예외이고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걸까

이치를 깨달을 만큼 철이 들었는데
문득 내가 아닌 듯 내가 낯설어 진다.
당연한 것이 서글퍼짐은 오늘도 매한가지구나

buljeong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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