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아침에도 지지 못하는 달

buljeong 2024. 10. 1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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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마포


아침에도 지지 못하는 달

희미하게 창백해진 반쪽달이
오도 가도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며
아침인데도 서쪽 하늘가를 서성거린다.
무슨 미련이 남아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한때는 세상을 밝히는 유아독존이었는데
그때는 무수한 별빛도 고개를 숙였고
미소 띤 얼굴은 모두의 추억이었는데
이제는 존재의 의미조차 빛바래고 있구나

온통 남을 위해 산 것만도 아니었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산 것만도 아니었는데
뒤돌아 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살다 보니
그저 살기만 위해 산 것처럼 회한만 남았다

나이를 더해가도 마음은 늘 제자리
순간처럼 지나간 세월은 흔적도 없지만
한걸음 더 내딛고 싶어 큰 숨 들이쉬고
내뱉을 숨이 남아 아직 그 자리 서성인다

짓눌리고 일그러져 납덩이처럼 피리 할지라도
담아두었던 어제의 기억은 오늘도 또렷하다
내일은 되찾을 것만 같은 그 빛을 찾아
끝없이 내달리고 또 내달린다

여기는 어디인가...

허공을 휘젓는 빈손짓이 무의미해져도
되돌아오는 한숨진 메아리가 애달파져도
벌써 다가온 내일이 오늘 같아서
아침에도 지지 못하는 달이 되었다

2024 09.23
Buljeong

2024.09.23. 마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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