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눈꽃 핀 아침

buljeong 2024. 2. 8. 15:14


눈꽃  핀 아침

간밤에 진눈개비 질척이더니
나무가지마다 눈꽃이 피었다.
소복소복 하얀 눈꽃송이가
꽃송이처럼 몽실몽실 피어났다.

등성듬성 잎을 단 연산홍 가지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달라붙었고
붉은 잎 촘촘한 회양목 무리에는
뽁뽁이를 펼친 듯 올망졸망 폭신하다.

기세등등한 대추나무 큰 줄기에는
근육질의 하얀 힘줄 도드라지고
새순 얼까 헌잎 단 단풍나무는
벌벌 떨며 그나마 몇 잎 떨군다.

잎이 무거워진 남천의 열매 달린 가지는
아래로 아래로 휠만큼 휘었고
날개 달린 화살나무 가지에는
날아가지 못하게 꽉 달라 붙었다.

버섯처럼 봉긋 솟은 반송에는
수국이 돌려난 듯 풍선처럼 부풀었고
키 큰 소나무 붉은 줄기 따라
하얀 거품이 하늘하늘 흘러 내린다.

아직도 꽃받침이 남아 있는 꽃댕강나무는
금새라도 댕강댕강 부러질 것만 같고
가늘고 길게 늘어진 조팦나무 가지는
지나는 잔바람에도 파르르 떤다.

붉은 가지 능청떠는 흰말채나무는
더욱 붉게 색칠한 듯 낭창낭창하고
우뚝 선 상수리나무 꼭대기에
짝을 찾은 까치들이 날개를 턴다.

기지개 켠 무뚝뚝한 마가목은
가지 끝마다 커다란 눈을 부릅떴고
잿빛가지 뻗어 올린 왕벚나무는
이미 속셈을 알아챈 듯 붉은 꽃눈 솟아낸다.

입춘 지나 이미 봄으로 들어섰건만
7살 심술쟁이 아이같은 겨울은
벌써 꽃눈 트인 봄인 줄도 모르고
눈꽃 뿌려 겨울인척 아직도 심술 부린다.

buljeong
2024.02.06

연산홍
회양목
대추나무
단풍나무
남천
육송
화살나무
반송
꽃댕강나무
조팦나무
흰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마가목

'잡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연한 것이 서럽다  (1) 2024.07.26
한낮에  (0) 2024.07.25
겨울 단상(2024)  (0) 2024.01.30
아침에 지는 달!  (0) 2023.11.17
여름소리  (0) 202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