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아침에 지는 달!

buljeong 2023. 11. 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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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지는 달!

밤새 하늘과 세상을 밝힌
달이 지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삼라만상은
전적으로 달에게 의지했었다.

어두웠던 하늘이 서서히 붉어지며
둥근 얼굴은 점점 핼쑥해졌다.
밤새 빛나던 별빛도 점점 빛을 잃어가고
하나 둘 더 먼 하늘로 떠난다.

은은한 은빛 속으로 화려한 금빛이 스며드니
집요하게 쫓아오는 붉은빛을 피해
아직 여명이 남아 있는 서쪽 하늘가로
황급히 종종 대며 달음박질친다.

세상의 속삭임이 점점 소음으로 변해 갈 무렵
밤새 지나 온 시간들은 왔던 만큼 뒷걸음질하고
붉은 하늘가로 흩어지는 어둠 속에
그림자처럼 흔적도 없이 사그라들고 있다.

아주 핼쑥해진 얼굴을 감추기라도 하듯
은빛 얼굴은 어느새 형체를 잃어가고
급기야 세상은 금빛으로 물들며 일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퇴장하는 늙은 배우의 독백처럼
어떤 한 마디가 계속 뒷머리를 맴돈다.
그래도 잠시 내가 이곳에 있었노라고
그래도 잠시 내게 모두 의지했었노라고
그래도 잠시 나는 세상의 길잡이였노라고

빛바랜 얼굴은 아직도 저만치 머뭇거리는데
기억들은 오래된 시간처럼 허공으로 흩어진다.
떠오르는 붉은빛 배웅받으며
나 이제 돌아간다.

아침처럼 어둠은 또 그렇게 찾아올 것이니
나 그때 돌아온다.
돌고 돌면 늘 그 자리인 것을...
그래 그런 거야!

2023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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