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6

겨울 산능선

겨울 산능선 찌르듯 달려드는 찬바람에 산봉우리 능선을 따라 털수염이 숭숭한 거꿀얼굴들이 생겨났다. 둥그스름한 턱수염은 너그럽고 날카로운 좁은 턱수염은 구름을 찌른다. 누군가 대충 그려 낸 수묵화를 펼쳐낸 듯 흑백으로 이어진 겨울이 스멀스멀 다가선다. 한여름에 꾸었던 꿈이 아직도 코앞에 펼쳐지는데, 가을의 기억은 벌써 희미해졌다. 하늘가로 줄지어 날으며 털수염을 넘어가는 기러기들의 날갯짓에 문득 봄빛이 어리는 것은 먼 어릴 적의 기억 때문일까? 산능선 거꿀 털수염이 점점 선명해져 간다. 그래 겨울이다... 2020.12.13 buljeong

잡담 2022.12.18

이 가을에

이 가을에 늦은 오후, 동네 오솔길로 들어서니 가을이 사각사각 밟힌다. 노란 잎 붉은 잎들이 마치 뿌려놓은 것처럼 걷는 길을 수놓았다. 먼 잊혀진 기억들이 발길 따라 새록새록 되살아 나지만 정해진 시간은 운명으로 다가 서고 그저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칠 뿐이다. 그래도 빛바랜 한 줌 기억이 가을이 흩어진 길 위에 밍그적 거린다. 아! 이 가을이 지나면 또 다른 가을은 계절을 지나 지금처럼 이 길 위에 흩어지겠구나... 가을이 밟히는 소리는 매년 쌓여가는 내 숨결이 토해내는 또 하나의 잊혀질 기억이다. 2024.14.07 buljeong

잡담 2022.12.18

입은 화의 문이다.

사람들은 날 때부터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태어난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내리찍는 것은 모두 나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입은 화의 문이고 혀는 몸을 베는 칼과 같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다. 口是禍之門(구시지화문) 舌是斬身刀(설시참신다) 閉口深藏舌(볘구심장설) 安身處處宇(안시처처우) 입은 화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숙히 감추면 가는 곳마다 몸을 편안히 할 수 있다.

잡담 2022.12.16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一切唯心造 一(한 일), 切(온통 체), 唯(오직 유), 心(마음 심, 造(지을 조) 모든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옛날 어떤사람이 도끼를 잃어 버렸다. 자기집에 자주 드나드는 이웃집 아이를 의심했다.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얼굴 표정이나 말하는 것이나 걸음걸이가 전과 달라 보였다. 틀림없이 도끼를 훔친것이야...모든 동작이나 태도가 말해주고 있었다. 언제 신고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 골짜기에서 그 도끼를 찾았다. 일하다가 깜박하고 놔두고 온것이 이제야 생각났다. 다음날, 이웃집 아이의 태도를 보니 도끼를 훔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마음 먹느냐에 따라서 대상이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 일체유심조다!

잡담 2022.12.15

이것이 있으니...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니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니 저것이 없고, 이것이 말하니 저것이 말한다. ㅡ아함경 ㅡ 이것이 나오니 저것이 나오고 이것이 생기니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나오니 저것이 생기고 저것이 생기니 이것이 나온다. 이것이 피니 저것이 피고 저것이 지니 이것이 진다. 이것이 피니 저것이 지고 저것이 지니 이것이 핀다. 이것이 여무니 저것이 여물고 이것이 떨어지니 저것이 떨어진다. 이것이 여무니 저것이 떨어지고 저것이 떨어지니 이것이 여문다. 이것이 날아오니 저것도 날아가고, 저것이 날아오니 이것도 날아간다.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니 저것이 없다.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저것이 없으니 이것도 없다. 이것이 피니 저것도 피고, 저것이 지니 이것도 진다.

잡담 2022.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