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視線

개불알꽃과 개불알풀!

buljeong 2025. 4. 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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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꽃 이름에 왜 개불알이라는 요상하고 쌍스러운 말이 들어갔을까?
선 듯 말하기도 쑥스러운데, 왜 개불알꽃이나 개불알풀이라고 부를까?
개불알꽃과 개불알풀은 서로 닮은 점이 있는가? 아니면 같은 집안에 속하는 식물일까?
한마디로 아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종의 식물이다.
꽃 모양이 개 불알을 닮아 보여서 개불알꽃이라 부르고, 열매 모양이 개불알을 닮아서 개불알풀이라 부른단다.
이게 말이여 막걸리여...


개불알꽃은 난과(蘭科)에 속하는 식물이고 개불알풀은 현삼과(玄蔘科)에 속하는 식물로 서로 다른 종이다.
꽃의 크기도 다르고 식물체의 모양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개불알꽃은 1922년 일본인 식물학자 모리 다메조(森爲三)가 발간한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라는 책에 '개불알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모리는 개불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나 보다.
그가 본 꽃의 모양이 탈을 쓴 개의 불알을 닮은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임은 물론이다.
이 개불알탈은 1937년에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서는 개불알꽃으로 등장한 이후 줄 곳 개불알꽃으로 불리고 정식명칭이 된다.
이후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었다.
드디어 2007년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복주머니란>이라는 이름을 추천함에 이후 복주머니란으로 불리고 있다.

개불알꽃(복주머니란)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은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과 닮았다고 해서 일본인 식물학자 마키노가 붙인 일본 이름이다.
이누노후구리(イヌノフグリ, 犬の陰囊)가 바로 그 이름이다.
이 일본 이름을 그대로 직역해 오늘날까지 금과옥조인 양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일본인에게 식물학을 배운 사람들의 친일적 소행이 아닐까 한다.
어찌 보면 무책임하고 자존심도 없어 보이는 한심스러운 일이다.
매년 예쁜 꽃을 피우는 이 식물에게 정녕 미안하지도 않은 건지...
최근에는 개불알이라는 이름이 민망스럽고 저속하다 하여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으로 부르자고 한다.
이는 이른 봄에 봄소식을 알리는 꽃이 피는 모습이 좋은 소식을 알려주는 까치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아직도 국가 정식 명칭은 개불알풀이다.

개불알풀


그럼 개불알풀과 큰개불알풀은 같은 종일까?
현삼과 개불알풀속(Veronica)에 속하는 같은 집안 식물이지만 좀 다른 모습이다.
먼저 꽃의 크기와 원산지가 다르다.


개불알풀의 꽃 지름은 5mm 정도이고 연한 홍자색 꽃이 피고, 꽃잎에 연한 자주색 줄이 있다.
반면에 큰개불알풀은 꽃의 지름이 10mm로 2배 정도 크고, 연한 보라색 꽃이 피고 꽃잎에 짙은 색 줄무늬가 있다.
개불알풀의 원산지는 동아시아에 널리 퍼져 자라는 토종이며, 큰개불알풀은 유럽이 원산지이다.
큰개불알풀은 1876년 개항 이후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그리고 이 두 식물의 열매 모양은 약간 다르다.
개불알풀의 열매는 비교적 볼록하고, 큰개불알풀의 열매는 좀 납작한 편이다.

개불알풀


입에 담기에도 민망하고 저속한 이름과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이름들은 이제는 정리할 때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정서가 듬뿍 담긴 귀엽고 예쁜 이름으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바뀌어 우리 후손들은 제대로 된 이름으로 예쁜 꽃들을 불러 주었으면 한다.

개불알꽃(복주머니란)
개불알풀
큰개불알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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