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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원에서 자라는 단풍나무는 10년이 지나니 제법 굵어지고 덩치도 커졌다.
요즘 봄볕에 새잎이 돋고 꽃들도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지나는 길에 나무줄기에 무엇인가 박힌듯해 보여 다가가보니 거참 이름표가 칼날처럼 나무에 박혀 있다.
서서히 자라는 단풍나무가 이렇게 되기까지 아마 10년도 더 걸렸을 것인데...
오늘 아침에서야 나는 보았으니...
나무가 점점 굵어지며 이렇게 끼이게 된 이름표를 누군가가 살짝만 돌려놨어도 이 모습은 되지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필연이 되었고, 결국은 줄기에 깊이 박히게 되어 마치 삼키고 있는 듯한 모습이 되었다.
단풍나무는 사람들이 짓고 불러주는 이름이 정말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줄기에 매달려 덜렁대는 이름표가 너무 걸리적거렸던 것은 아닐까?








암튼 단풍나무는 오늘도 사람들이 달아 놓은 이름표를 삼키고 있고, 매일매일 조금씩 삼켜갈 것이다.
이대로라면 아마 내년 아니 후년쯤엔 완전히 삼켜 버려 이름표가 사라질 것만 같다.
잘한다고 한 일도 부지불식간에 다른 곳에는 큰 해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정말 이름표가 단풍나무속으로 사라지는지 현재로선 그저 지켜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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