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보낸 자작나무에는 요즘 가지마다 적갈색의 열매들이 벌레처럼 바글바글 달려있다. 나뭇가지마다 빽빽하게 매달린 열매들이 바람을타고 흔들리며 잎사귀속으로 들락날락 숨바꼭질을 하는듯하다. 주변에는 떨어진 열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걸보니 열매들은 벌써 다 여물었나 보다. 그런데 자작나무 열매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벌써 내년 봄에 필 꽃이삭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지끝 잎사이에 꽃이삭들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열매를 성숙시키는 동시에 새 꽃을 준비하는 모습이 부지런하면서도 경이롭다. 삶은 계속된다는 생명환(life cycle)을 스스럼없이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자작나무는 줄기의 껍질을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자작나무는 껍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