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꽃밭 한 귀퉁이에 쪽 한무리가 붉은 꽃줄기를 뻗어 올리고 있다. 윗부분의 꽃줄기를 따라 자잘한 꽃들이 다닥다닥 피었다. 아침 해뜰무렵 꽂이 피기 시작해 정오를 지나 오후가 되면 벌써 꽃잎을 닫는다. 그래서 쪽의 활짝 핀 꽃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쪽의 짙푸른 빛깔의 잎은 붉은 꽃보다 더 관심을 받는다. 쪽잎은 오래전부터 파란색 천연염료의 재료로 쓰였는데, 여기서 만들어진 색이 눈이 시리도록 짙푸른 남색, 즉 쪽빛이다. 쪽염색은 연한 하늘색에서 짙은 남색까지 나오는데, 보랏빛이 감도는 남색은 쪽으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색깔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바로 쪽에서 나왔는데, '쪽에서 나온 쪽빛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라는 의미이다. 이 말은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낫다라는 뜻의 비유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