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든 강릉 초당동의 허난설헌생가터를 찾으니 정말 가을이 이만큼 다가와 있다. 키 큰 병정처럼 입구를 지키는 튤립나무들 잎에도 어느새 조금씩 가을이 물들어 간다. 생가터를 둘러싼 소나무들은 여느 때처럼 늘 푸른 모습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그늘을 드리워 주고 있다. 소나무 가지사이로 이리저리 뛰어 다니는 청솔모들은 오늘도 바쁘게 나무를 탄다. 생가터 옆 솔숲 오솔길로 들어서니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를 스친다. 소나무들도 싱싱하고, 고목이 된 감나무들도 아무일 없이 좋아 보인다. 그곳은 늘 그랬던 것처럼 그런줄 알았다. 그런데... 산책길 옆에서 늘 그 자리를 지키던 할아버지 밤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줄기 아래를 무참하게도 잘라버렸다. 왜 잘렸을까? 왜 잘라버렸을까! 도대체 왜 싹뚝 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