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저께 경칩을 지났지만 폭설이 내리고 추워지며 변덕스러운 날씨에 겨울잠을 깨고 나온 개구리 깜짝 놀라 다시 땅으로 들어가 버릴 것만 같다.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이 온전히 온 것은 아닌가 보다.
집을 나서는 길에 아파트 화단에서 나란히 자라고 있는 화살나무와 회잎나무가 마치 형제처럼 보이며 눈길을 끈다.
화살나무와 회잎나무는 평소 서로 비슷해서 잘 구별이 가지 않는 나무이지만 아직 잎이 나지 않아서 두 나무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지마다 날개가 난 화살나무는 좀 지저분해 보이는 반면 가지들이 매끈한 회잎나무는 아주 말끔해 보인다.




두 나무는 분류상 같은 화살나무속에 속하기도 하지만, 얼핏 보면 분간하기 힘들 만큼 서로 닮은 비슷한 모습이다.
두 나무는 나뭇잎과 꽃만 보아서는 구별하기 쉽지 않을 만큼 비슷하다.
회잎나무 잎이 좀 더 크고 키도 크다고는 하나 환경조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 구별은 더 어려워진다.
살아가는 지역에 따라서도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데, 산에서 만나는 나무는 대부분 회잎나무이고, 공원이나 산울타리로 사람들이 가꾼 나무는 대부분 화살나무이다.
그런데, 회잎나무와 화살나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줄기와 가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화살나무는 가지에 코르크질 날개가 잘 발달해 있지만 회잎나무는 날개가 없거나 아주 미미하다.
즉, 화살나무는 날개가 있고 회잎나무는 날개가 없다는 점이 뚜렷한 구별 포인트다.
아직 잎이 나지 않아 가지에 날개 유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화살나무도 덩치가 커지면 날개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때는 또 구별이 어려워진다.















화살나무 가지에 날개가 난 것은 왜일까?
한마디로 생태적 환경에 적응한 진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화살나무의 날개 모양 돌기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에 발달한 것이다.
먼저 가지의 날개를 통해 바람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열매가 여물면 종자를 멀리 보낼 수 있게 되어 번식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날개는 코르크질이어서 초식동물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줄기나 가지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르크질의 날개는 초식동물들이 먹기에도 힘들고 맛도 없는데, 설령 먹었다 해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불편하기 때문에 다시 먹을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이렇듯 화살나무는 오랜 세월 동안 변이와 선택을 통해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날개를 갖게 되었다.
사실 화살나무 새순은 맛이 좋아 사람들도 홑잎나물이라 부르며 좋아한다.
그런데, 화살나무가 어린 시절을 보내고 덩치가 커지면 날개가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 아닐까 한다.
그러고 보니 화살나무가 회잎나무보다 조금 더 진화한 나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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