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눈향나무(Juniperus chinensis var. sargentii) (24.12월)

buljeong 2024. 12. 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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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향나무(2024.12.07. 마포)


눈향나무는 주로 높은 산 바위틈에서 자라는 누운 향나무이다.
설악산 대청봉 주변이나 소백산 비로봉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누워 자라는 키 작은 향나무로 한반도 백두대간의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고산성 상록수로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고산지대에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강풍이 많이 불기 때문에 바람 부는 반대 방향으로 누워 옆으로 자라는 특성이 생겨 버린 향나무의 변종이다.
눈향나무는 추위에는 매우 강하나 하루에 최소 6시간 이상의 햇볕이 필요한 극양수이어서 그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향나무는 향기 나는 나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인데, 눈향나무는 눈빛이 나는 향나무라는 뜻이 아니라 가지가 꾸불꾸불하며 옆으로 누워 자라는 향나무라는 뜻의 이름이다.
눈향나무는 Henry에 의해 1915년에 처음 발표된 종으로 최초 명명자인 C.S. Sargent의 이름이 변종명이 되었다.

눈향나무(2024.12.07. 마포)


[눈향나무]
구과목 측백나무과 향나무속
상록 침엽 관목, 높이 1m
잎 어릴때 바늘잎->후에 비늘잎
꽃 4~5월, 암수딴그루
열매 구과, 구형, 다음 해 10월


[눈향나무]는 구과목 측백나무과 향나무속의 상록 침엽 관목이며, 높이는 1m 정도이다.
학명은 Juniperus chinensis var. sargentii A.Henry.이다.
다른 이름으로 Sargent Juniper, 누운향나무, 참상나무, 눈상나무라고도 부른다.
원줄기가 옆으로 기울어 비스듬하거나 땅바닥을 기며 자라고, 땅에 닿은 가지에서는 뿌리를 내린다.
잎은 어릴 때는 날카로운 바늘잎이지만 나중에 비늘잎이 된다.
표면에는 흰 줄이 2개 있고 뒷면은 푸른빛을 띤 녹색이어서 전체적으로 흰빛이 난다.
바늘잎(침엽)은 길이 4~8mm이다.
비늘잎(인엽)은 길이 3~5mm이다.
비늘잎은 작은가지에 번갈아 마주나며 마름모꼴이고 끝이 둥글다.
꽃은 4~5월에 피며 암수딴그루이다.
수꽃은 달걀 모양이고 길이는 3~4mm이고 황록색이다.
암꽃은 난상 구형이며 가지 끝에 달린다.
열매는 구과이고 푸른빛이 나는 공 모양이며 길이는 5mm 정도이고, 다음 해 10월에 흑자색으로 익는다.
종자는 달걀 모양이다.

바늘잎
비늘잎
눈향나무(2024.12.07. 마포)


서울로 하늘공원에도 제법 나이든 눈향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줄기가 꽤 굵은 나무들인데도 키가 작고, 보통 향나무에 비해 위로 자라기 보다는 옆으로 자라고 아래로 가지들이 쳐지는 모습이다.
묵은 향나무이다 보니 잎은 대부분 비늘잎이다.
비늘잎 사이사이에 작은 푸른 빛깔의 열매들이 꽤 많이 달렸다.
나뭇잎들이 떨어져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공원길이 쓸쓸해지고 있지만 엄동설한이 되었어도 눈향나무는 늘 푸른 빛깔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눈향나무(2024.12.04. 서울로 하늘정원)


눈향나무는 왜 누워서 자라게 됐을까?
원래의 향나무 유전자는 똑바로 서서 자라도록 설계되었지만, 새나 동물에 의해 높은 산꼭대기로 강제 이주 당하면서 주변 환경에 적응해 누워서 살아가는 모습이 되었다.
산꼭대기의 강한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수 세대를 거치면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누워자라는 유전적 형질을 획득한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과 소백산 등 중북부의 높은 산 꼭대기에 가면 이름에 ‘누운’~ '눈'이 붙은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눈향나무, 눈잣나무, 눈주목 등등
이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누운 나무들이 아니라 각각 향나무, 잣나무, 주목이라는 똑바로 곧게 자라는 나무들이었다.
그러나 높은 산꼭대기로 어느 날 갑자기 강제로 옮겨지게 되었고, 살아 남기 위해서는 확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다.
강풍은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계속 쓰러뜨렸고, 극한의 추위는 살아 남기 위한 삶에 필요한 최소한을 요구했다.
이들은 본래의 유전자 설계대로 살고자 부단히 노력했었을 것이나 부질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살아 남아야 하는 절박한 현실은 곧게 설 수 없고 크게 자랄수 없다는 것을 요구했고 스스로 체험하게 된 것이다.
현실을 수궁하고 받아들이니 곧게 자라는 유전형질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산꼭대기가 아닌 평지에 옮겨 심어도 여전히 누워서 자란다.
아파트 정원에 조경수로 심어지고, 바람도 추위도 없고 사람들이 극진히 보살펴 주지만 눈향나무는 향나무처럼 똑바로 일어서 자라지 않는다.
완전한 하나의 종(種)으로의 독립한 것은 아니지만 모계와는 조금 다르다는 의미로 변종 또는 품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생존에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고자 자신의 유전적 형질 마져 바꿔 버린 눈향나무의 생존을 위한 최적화 노력이 눈물겹다.

눈향나무(2024.12.07. 마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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