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 늦은 오후, 동네 오솔길로 들어서니 가을이 사각사각 밟힌다. 노란 잎 붉은 잎들이 마치 뿌려놓은 것처럼 걷는 길을 수놓았다. 먼 잊혀진 기억들이 발길 따라 새록새록 되살아 나지만 정해진 시간은 운명으로 다가 서고 그저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칠 뿐이다. 그래도 빛바랜 한 줌 기억이 가을이 흩어진 길 위에 밍그적 거린다. 아! 이 가을이 지나면 또 다른 가을은 계절을 지나 지금처럼 이 길 위에 흩어지겠구나... 가을이 밟히는 소리는 매년 쌓여가는 내 숨결이 토해내는 또 하나의 잊혀질 기억이다. 2024.14.07 bul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