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능선 찌르듯 달려드는 찬바람에 산봉우리 능선을 따라 털수염이 숭숭한 거꿀얼굴들이 생겨났다. 둥그스름한 턱수염은 너그럽고 날카로운 좁은 턱수염은 구름을 찌른다. 누군가 대충 그려 낸 수묵화를 펼쳐낸 듯 흑백으로 이어진 겨울이 스멀스멀 다가선다. 한여름에 꾸었던 꿈이 아직도 코앞에 펼쳐지는데, 가을의 기억은 벌써 희미해졌다. 하늘가로 줄지어 날으며 털수염을 넘어가는 기러기들의 날갯짓에 문득 봄빛이 어리는 것은 먼 어릴 적의 기억 때문일까? 산능선 거꿀 털수염이 점점 선명해져 간다. 그래 겨울이다... 2020.12.13 bul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