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나무이야기 92

고로쇠나무( Acer pictum subsp. mono) (22.10월)

뒷산으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들어서면 바람을 타고 솔향이 한가득하게 풍겨온다. 지난해 10월 중순의 시원스러운 날씨는 아침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뒷산은 큰 소나무들이 대부분이어서 울긋불긋하게 단풍 들어가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지만, 한참을 걷노라니 갑자기 붉은빛의 고로쇠나무 단풍이 발길을 붙잡는다. 소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붉게 빛이 나는 모습이 눈에 띄기고 하거니와 아름답기 그지없다. 고로쇠는 뼈에 이롭다는 의미의 골리수(骨利樹)라는 한자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고로쇠나무]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 낙엽활엽 교목, 높이 20m 잎 마주나기, 장상, 5갈래 꽃 잡성, 4∼5월, 연노란색 열매 시과, 9월 [고로쇠나무]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의 낙엽활엽 교목..

나무 이야기 2023.01.11

마가목(Sorbus commixta Hedl) (23.1월)

요즘 마가목은 가지마다 큰 겨울눈을 부릅뜨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 붉은 갈색의 긴 원뿔모양의 겨울눈이 단연 돋보이는 나무이다. 지난가을에는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탐스러운 붉은 열매들을 많이 맺은 모습이었다. 열매는 둥근 이과이며 지름은 5~8㎜ 정도이고, 붉은색으로 9~10월에 여문다. 겨울에도 가지에 매달려 있어 꽃처럼 아름답고 새들의 먹이가 된다. 꽃처럼 아름다운 마가목의 붉은 열매들은 겨울 배고픈 새들의 주요 식량이기도 하다. 마가목은 말(마, 馬) 어금니(아, 牙) 나무(목, 木), 즉 새순이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돋는 모습을 보고 마아목(馬牙木)이라 했다가 마가목이 되었다. [마가목] 장미목 장미과 마가목속 낙엽활엽 교목, 높이 6~12m 잎 어긋나기, 기수우상복엽, 톱니 꽃 5∼6월, 흰색, ..

나무 이야기 2023.01.07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눈 뜬 아침이 빛나는 아침인가요? 햇살에 빛나는 이슬 머금은 풀잎처럼요. 긴 밤 비바람에 허리가 끊길듯해도 꽃 한 송이는 끝까지 움켜쥐며 버틴 아침이지요. 눈 뜬 아침이 아직도 몽롱한 아침인가요? 안개속에서 쓰러질 듯 허둥대는 그림자처럼요. 상념과 체념을 휘감아 온통 일그러진 생각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멍 때리는 아침이지요. 눈 뜬 아침이 아직도 어두운 아침인가요? 눈을 떴어도 깜깜하게 처진 장막처럼요. 꿈속에 어느 산 정상에서 구름 위로 솟아오른 달을 붙잡으려 몸부림치다 깬 아침이지요. 눈 뜬 아침이 여전히 화가 나는 아침인가요? 나무를 쓰러뜨리며 휘몰아치는 태풍처럼요. 아직은 지글지글 타오르는 용광로에 빠진 듯 나오려 해도 더 빠져드는 불구덩이 같은 아침이지요. 눈 뜬 아침이 저절..

잡담 2022.12.30

게걸스럽게 열매 먹는 비둘기들!!! (22.11월)

지난 11월 초, 동네 공원 산책길에서 단풍이 절정으로 들어 낙엽으로 떨어지고 있는 팥배나무들을 만났다. 노랗고 붉은빛 단풍들이 제대로 든 팥배나무를 살펴보자니 잎 사이에 붉은 열매들이 보인다. 붉은 열매들이 팥을 닮아 보인다 하여 팥배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제법 많은 열매들이 여물어가고 있다. 팥배나무 단풍과 열매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비둘기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팥배나무 열매는 맛이 좋아서인지 새들이 즐겨 먹는 열매이고 겨울 식량이기도 하다. 아직 눈도 내리지 않고 겨울이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겨울양식을 축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어린 생각이 든다. 비둘기들은 사람이 옆에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먹는 모습이 참 게걸스러워 보인다. 팥배나무와 비둘기(2022.11...

순간 동영상 2022.12.22

지는 꽃은 추하다지만

[지는 꽃은 추하다지만] 피어나는 꽃은 아름답다 큰 꽃이든 작은 꽃이든 어떤 향기 품었든 피어나는 꽃은 예쁘다. 붉은 장미꽃도 어여쁘고 그저 이름 없는 들꽃이어도 피어나는 꽃은 아름답다. 피어난 꽃은 순간 속에 영원하다 시선은 관심으로 머물고 시간은 멈춘 듯 제자리를 맴돈다.지는 꽃은 추하다. 큰 꽃이었든 작은 꽃이었든 어떤 향기를 품었든, 지는 꽃은 매일반이다. 붉은 장미꽃이나 그저 이름 없는 들꽃이어도 지는 꽃은 추하다. 꽃잎이 흩날리고 추한 형체만 남았다. 아우성과 함성은 사라졌고 맴돌던 향기마저 사라진 떠나온 그 자리에 새 움이 튼다. 아! 다시 시작이다. (2019.05 23. buljeong)

잡담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