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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꽃이 오래 피는 까닭은? (23.10월)

buljeong 2023. 10. 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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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

수국은 꽃이 한 번 피면 여름 내내 피어 가을까지 간다.
꽃 색깔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꽃 모양을 유지한 채 정말 오랫동안 피어 있다.
게다가 꽃이 말라도 그 모습을 유지한 채 가지에 매달려 겨울을 난다.
왜 그럴까? 일반적인 꽃의 생태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수국의 꽃에는 꽃잎이 없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라 꽃잎처럼 생겼지만 꽃잎이 아닌 꽃받침이다.
정확하게는 꽃받침잎, 또는 꽃받침 조각이다.
보통의 꽃에서 꽃받침은 대개 초록빛으로 꽃잎을 감싸는 구조인데, 수국에서는 꽃받침이 꽃잎처럼 발달한다.
그래서 무성화, 즉 헛꽃이다.

수국


산수국은 꽃의 중앙 부분에 자잘한 진짜꽃이 피고, 주변에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큼직한 가짜꽃인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함께 핀다.

산수국


산수국의 헛꽃이 모티브가 되어 수국이 만들어졌다.
수국에는 모두 가짜꽃이 피어서 수술과 암술도 보이지 않고, 꽃잎도 없지만 그저 꽃처럼 보일 뿐이다.
이러한 꽃의 모습은 자연스러울 리가 없는 모습인데, 이는 사람이 사람 눈에 보기 좋도록 꽃잎과 수술, 암술 모두를 꽃받침으로 분화하도록 개량했기 때문이다.
즉 인위적으로 조작해 만들어진 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개량된 헛꽃, 즉 가짜 꽃은 수분을 위해 벌과 나비를 유혹할 필요가 없고, 오직 사람들이 오랫동안 꽃을 감상하도록 피어 있기만 하면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래서 꽃받침으로 만들어진 수국꽃에는 꽃잎으로 이루어진 보통의 꽃에서 일어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꽃의 존재이유는 꽃가루받이이다.
그래서 꽃가루받이를 마치면 꽃잎은 떨어지고 꽃이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자연의 순리이지만, 수국꽃은 꽃가루받이가 목적이 아니고 또 꽃잎으로 이루어진 꽃도 아니다 보니 굳이 서둘러 낙화할 필요도 없다.
설령 변색이 오고 수분이 증발해 바싹 마르더라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가지에 오랫동안 붙어 있다.
오직 사람들의 눈요기를 위해 수국은 꽃받침잎으로 된 꽃을 오랫동안 유지하며 그렇게 개량한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 것이다.
수국의 꽃말을 변심이라고 한 것은 잘못인 것 같다.
오직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 일편단심 충성을 다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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