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살이풀인 민들레는 생각보다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땅 위에 바싹 붙어 로제트형으로 자라는 잎은 사방으로 퍼져 왕성하게 자라고, 뿌리는 땅속으로 곧고 깊게 박혀 있다.
밟아도 또 일어서고, 짓이겨도 다시 움이 돋는다.
바람이 불면 사방으로 흩날리는 민들레 갓털은 어디든 날아가 그곳이 아스팔트의 작은 틈이건, 돌계단의 틈새이건, 가리지 않고 그곳에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민들레는 민초들의 끈질긴 삶에 비교되기도 한다.
우리가 다니는 크고 작은 길 주변에는 노랗게 꽃을 피운 민들레들이 흔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 땅에 오랫동안 뿌리를 내려온 토종 민들레는 쉽게 만날 수 없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럴까?
우리 눈에 띄는 민들레는 대부분 서양민들레들이니 참 의아할 수밖에 없다.
서양민들레는 유럽에서 1910년대에 들어온 귀화식물로 이제 겨우 100년 정도 이 땅에서 살아왔는데 이미 민들레의 대표가 되었다.
토종민들레와 서양민들레는 겉모습이 비슷해서 구별이 쉽지는 않다.
허지만 꽃송이 뒷부분의 총포를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총포조각이 위로 자연스럽게 붙어 있으면 토종 민들레이고, 아래로 말려 있으면 서양민들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는 민들레는 왜 대부분이 서양민들레일까?
토종민들레보다 서양민들레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이는 것은 바로 번식력의 차이 때문이다.
서양민들레는 암수꽃이 정상적으로 수분이 이루어져 씨앗을 만들어 내는데, 다른 민들레의 꽃가루가 날아와도 수분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조차 여의치 않으면 암수꽃을 가지고 있음으로 스스로 자가 수분을 해 결실을 맺는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스스로 처녀생식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암술에 꽃가루가 묻든 묻지 않든,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씨앗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분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통해 꼭 씨앗을 만들어 내니 실패를 모른다.
그것도 봄부터 가을까지 줄곳 이루어지니 번식력은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번식의 달인이다.
한 여름철에는 다른 풀들에 치여 스러지기도 하지만 도로가나 화단 등에서는 1년 내내 꽃을 피운다.
그런데, 토종 민들레는 일편단심이다.
토종 민들레는 암수꽃이 있는 양성화이지만 특이하게도 동종의 다른 꽃의 꽃가루를 받아야만 수분이 이루어져 씨앗을 맺는다.
다른 꽃의 꽃가루를 받지 못하면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서양 민들레의 꽃가루가 날아와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토종 민들레의 꽃가루만을 기다리다 받아들인다.
자가수분도 하지 않고, 한마디로 수절을 한다.
그래서 '일편단심 민들레야'라고 노래하는가 보다.
그리고 토종 민들레는 봄에 꽃을 피우다가 여름이 되면 뿌리만 남고 스스로 잎을 말려 동면과 같은 하면(夏眠)을 하는데, 잠을 자며 여름을 보내고 다른 식물이 시드는 가을부터 겨울 동안 다시 잎을 뻗어나간다.
그러다 보니 번식력 면에서 토종민들레는 서양민들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오가는 길가에서 흔히 보는 민들레가 대부분 서양민들레인 이유이다.
또 한때 유행처럼 번진 질병 치료를 위한 남획의 결과이기도 한데, 간혹 토종민들레를 만나면 소중하게 다시 살펴보고 보호해 주어야 할 일이다.
민들레는 꽃이 지고 나면 수많은 씨앗 하나하나에 부착된 솜털 같은 가벼운 관모를 이용해 공처럼 둥근 열매가 만들어진다.
이 씨앗들은 바람을 타고 쉽게 날아간다.
얼리는 40킬로미터, 즉 100리를 날아간다고도 하니 참 멀리도 퍼져 나간다.
번식의 달인이고, 씨앗이 삽시간에 멀리 퍼져 나가니 , 우리 주변에 서양민들레가 많이 보이게 된 이유이다.
민들레라는 이름은 사립문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어서 ‘문둘레’라 부르다가 '민들레'가 되었다.
민들레의 독어명은 Löwenzahn인데, ’ 사자이빨‘을 뜻하는데, 깊게 파인 민들레 잎이 마치 사자이빨을 닮았다 하여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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