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196

자귀나무(Albizia julibrissin  Durazz) (24.9월)

서울로7017 정원길의 정원쉼터옆에 자리 잡은 자귀나무에 연분홍빛 꽃들이 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열매 꼬투리가 여물어가고 있다. 물론 아직도 꽃은 피고 있고 열매들도 여물고 있어 꽃과 결실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시기이다. 콩과식물답게 가지마다 여기저기 꼬투리가 길쭉한 것이 그럴듯해 보인다. 자귀나무는 밤마다 작은 잎들이 스스로 돌아가는 나무라는 뜻의 자귀목(自歸木)에서 유래됐다고도 하고, 목재를 깎고 다듬는 연장인 자귀의 손잡이로 사용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자귀나무] 장미목 콩과 자귀나무속 낙엽 활엽 소교목, 높이 3~5m 잎 어긋나기, 2회깃꼴겹잎, 밋밋 꽃 6∼7월, 연분홍색, 산형화서 열매 협과, 황갈색, 9~10월 [자귀나무]는 장미목 콩과 자귀나무속의 낙엽 활엽 소교목이며, 높..

나무 이야기 2024.09.06

미국낙상홍(Ilex verticillata) (24.9월)

경의선숲길공원가의 작은 정원에 벌써 빨간 열매들을 무더기로 매달고 있는 미국낙상홍이 눈에 띈다. 지난 8월에도 붉은 열매들이 많이 보였는데, 9월에 들어서자 더 많은 열매들이 붉게 여물어 가고 있다. 물론 아직 덜 여문 열매들도 꽤 많이 보인다. 잎사이로 보이는 붉은 열매들이 꽃보다 더 화사하게 보인다. 낙상홍(落霜紅)이라는 이름은 단풍이 들어 잎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릴 때까지 붉은 열매가 달려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낙상홍은 아직 정명은 아니지만 원산지가 미국이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미국낙상홍] 노박덩굴목 감탕나무과 감탕나무속 낙엽 활엽 관목, 높이 2~5m 잎 어긋나기, 긴타원형, 파상톱니 꽃 6월, 흰색, 꽃잎 6-8개 열매 핵과, 구형, 붉은색, 10월 [미국낙상홍]은 노박덩굴목 ..

나무 이야기 2024.09.04

자작나무(Betula platyphylla) (24.9월)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을 보낸 자작나무에는 요즘 가지마다 적갈색의 열매들이 벌레처럼 바글바글 달려있다.나뭇가지마다 빽빽하게 매달린 열매들이 바람을 타고 흔들리며 잎사귀 속으로 들락날락 숨바꼭질을 하는듯하다.주변에는 떨어진 열매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걸 보니 열매들은 벌써 다 여물었나 보다.그런데 자작나무 열매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벌써 내년 봄에 필 꽃이삭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가지 끝 잎사이에 꽃이삭들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열매를 성숙시키는 동시에 새 꽃을 준비하는 모습이 부지런하면서도 경이롭다.삶은 계속된다는 생명환(life cycle)을 스스럼없이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자작나무는 줄기의 껍질을 불에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자작나무는 껍질에 기..

나무 이야기 2024.09.03

광대싸리(Securinega suffruticosa) (24.8월)

동네 공원길로 이어지는 수로길가에 아담하게 자라난 광대싸리가 요즘 한창 꽂을 피우고 있다. 가지마다 연 노란 빛깔의 꽃들이 잎겨드랑이마다 뭉쳐서 피어나고 있다. 수술이 길게 나오고 잎겨드랑이에 뭉쳐서 달리는 모습을 보니 수나무이다. 꽃이 피어난 가지들은 수양버들 가지처럼 아래로 쳐진 모습이 가지런해 보기 좋고, 가지마다 벌들이 웅웅대며 쉴 새 없이 꽃들은 찾아다닌다. 광대싸리는 수형이나 잎 모양 등이 얼핏 싸리와 닮았으나 꽃의 형태나 잎이 홑잎인 것 등에서 콩과인 싸리와는 다른 모양이다 그래서 광대싸리는 이름은 진짜 싸리가 아닌 것이 싸리 비슷하게 광대처럼 흉내를 내는 나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말 '광대'는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진짜 싸리나무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광대를 덧붙인 것..

나무 이야기 2024.08.30

이팝나무(Chionanthus retusus) (24.8월)

여름으로 들어서는 입하 무렵에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던 이팝나무들이 여름이 끝나가는 요즘 벌써 열매들이 거의 익어가고 있다. 아직 8월인데 이팝나무 열매들이 벌써 까맣게 익은 모습이 보인다. 올해는 무더운 날이 오랫동안 계속되어서인지 열매들이 일찍 익는 것 같다. 유난히 덥기만 했던 이번 여름이었지만 이팝나무는 열심히 열매를 성숙시켜 왔나 보다. 어릴 적 열매는 나뭇잎과 색이 같은 녹색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보호색이었는데, 이제 다 익으니 눈에 잘 띄는 검은빛으로 변했다. 누구든 와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인데, 대신 씨를 멀리 퍼트려 달라는 깊은 의미가 숨어 있다. 이팝나무는 꽃이 필 때는 나무가 흰 꽃으로 뒤덮인 모습이 이밥을 연상시켜 이팝나무가 되었다. 이밥은 쌀밥을 말한다. ..

나무 이야기 2024.08.24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 (24. 8월)

아파트 큰 길가에 신갈나무가 무성한 잎새를 드리우고 8월의 늦더위를 즐기고 있다. 가지 끝에 드문드문 도토리들이 제법 실하게 여물어가고 있다. 보통 산능선이나 산 정상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신갈나무가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잘 자라고 있다. 신갈나무는 오래전 짚신을 신던 시절에 신발 바닥에 깔창처럼 깔아 신었다고 해서 신발 바닥에 깔아 쓴 다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신갈나무 잎은 발모양을 닮았다. 신갈나무 잎에는 곰팡이를 비롯한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고, 또 탈취 기능이 있어 신발 속에 깔아 쓰면 발 냄새도 잡을 수 있다는 과학적 상식이 숨어 있다. 신갈나무의 종명 mongolica는 mongolicus(몽고의)에서 유래한 것이며, 속명 Quercus는 q..

나무 이야기 2024.08.19

쇠물푸레나무(Fraxinus sieboldiana Blume) (24.8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도봉산 무수골 계곡을 찾아 무수아취에 짐을 풀었다. 정오쯤이 되니 삼삼오오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이 계곡에 한가득이다. 계곡 옆 큰 나무그늘 아래 매트를 깔고 쉬고 있노라니 뭔가 자꾸 떨어진다. 위를 올려다보니 거대한 쇠물푸레나무가 보이고 가지마다 빼곡하게 여물어 가는 열매들이 보인다. 열매들이 빙빙 돌며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쇠물푸레나무는 산지의 바위틈이나 계곡에서 잘 자란다더니 바로 이곳 계곡 옆이 적지였나 보다. 보통 소교목이라고 소개하는데, 이곳 쇠물푸레나무는 굵은 거목으로 자라 난 당당한 키 큰 교목으로 보인다. 마치 느티나무 정자나무처럼 이렇게 그늘을 만들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물푸레나무는 가지를 잘라 물에 넣으면 물이 푸르게 변한다고 해서 붙여진 ..

나무 이야기 2024.08.12

회화나무(Sophora japonica) (24.8월)

불볕이 쏟아지는 8월의 무더위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게 하며 축축 쳐지게 한다.그런데, 하얀 빛깔로 변한 회화나무는 가지마다 꽃송이들을 무더기로 피워내며 한 여름을 즐기는 듯하다.나무 아래는 떨어진 꽃송이들이 눈가루처럼 흩뿌려져 있다.회화나무의 회화는 한자 표기로 괴화(槐花)인데 중국발음과 유사한 회화로 부르게 되었다. 회화나무는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의 대명사인데, 회화를 뜻하는 괴화(槐花)의 槐(괴) 자는 홰나무를 의미하며 귀신과 나무가 합쳐진 글자이다.회화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행복을 가져오는 행복수(幸福樹)로, 중국에서는 출세수(出世樹)로, 서양에서는 Scholar tree, 즉, 학자수(學者樹)로 알려져 있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라도 하듯 풍성하게 핀 꽃송이들이 넘실넘..

나무 이야기 2024.08.03

머루(Vitis coignetiae Pulliat) (24.7월)

만리동 쪽에서 연결되는 서울로7017 서울고가 정원으로 들어서면 바로 머루덩굴을 만나게 된다.지난 5월에 꽃송이들이 많이 피더니 가지마다 아래로 늘어뜨린 머루송이들이 빽빽하게 달렸다.가지마다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렸다.알알이 여물어가는 송이들이 아직 초록빛깔이니 검은빛으로 먹음직스럽게 익으려면 적어도 한 달은 더 기다려야겠다. 머루는 고려가요인 청산별곡의 노랫말처럼 민초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과실이다.진한 자주색으로 잘 익은 머루는 신맛이 나며,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 성분이 풍부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어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 질환 예방해 주고, 칼슘, 인, 비타민 C가 들어있어 면역력을 개선해 주며, 골다공증과 골연화증 완화나 피부 개선 등에 도움을 준다. 또한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

나무 이야기 2024.07.27

라너스덜꿩나무(Viburnum plicatum f. tomentosum. ‘Lanarth’) (24.7월)

서울로7017 정원길은 서울역을 내려다보고, 좀 멀지만 남대문을 정면으로 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무더위가 둥지를 튼 것 같은 고가 정원길에서 만난 라나스덜꿩나무는 어느새 빨간 열매들을 매달고 있다. 대개 한 두 개 정도 열매가 달려 좀 엉성해 보이는데, 이곳 라너스덜꿩나무는 열매를 제법 빽빽하게 열었다. 백당나무를 개량한 나무이다 보니 꽃도 비슷한 꽃이 피어 조금 헛갈리기도 하지만 라너스덜꿩나무 꽃은 가장자리에 핀 헛꽃인 무성화의 5개의 꽃잎 중 안쪽의 하나가 작다는 걸 알면 금세 구별할 할 수 있다. 라나스덜꿩나무는 1900년 미국의 식물학자 Ernest Wilson이 우리나라 백당나무를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했고, 그 후 널리 퍼져나가면서 미국덜꿩나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라너스덜꿩나무는 Ern..

나무 이야기 202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