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야기 196

좀작살나무(Callicarpa dichotoma (Lour.) K.Koch) (24.2월)

나무계단을 따라 양옆으로 줄지어 자라는 좀작살나무들이 요즘에는 산발한 머리칼이 거꾸로 솟구치는 듯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 올리고 있다. 좀작살나무는 잎사귀와 열매들이 촘촘하게 달려있는 가지들이 늘 아래로 쳐져 있는 모습이 흔히 보게 되는 모습이다. 그런데, 잎과 열매가 떨어져 나간 겨울의 좀작살나무 가지들은 하늘을 향해 팔 벌리 듯 바로 뻗어 올라가고 있다. 수양버들처럼 좀작살나무 가지가 낭창낭창하게 아래로 휘어지는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겨울 동안에는 증명하듯 보여주고 있다. 아직 열매들이 몇 개 남아 있고, 바짝 마른 잎들도 몇 개 남아 있으나 가지들은 하늘 향해 솟구치고 있다. 마치 짐을 벗은 듯 아주 홀가분한 모습이다.왜 이런 모습이 될까? 그것은 좀작살나무의 특성 때문이다. 좀작살나무..

나무 이야기 2024.02.16

고욤나무(Diospyros lotus) (24.1월)

큰 길가 화단에 난데없어 보이는 고욤이 가지마다 달려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고 보니 본에 이곳에는 감나무가 심어져 있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 고욤나무가 자라나 고욤이 가지에 달린 채 겨울을 나고 있다. 감나무 대신 고욤나무를 새로 심었는가 했는데, 나무 밑동을 살펴보니 감나무는 이미 고사해 썩어가는 등걸만 남아있다. 그런데, 감나무 아래로 이어진 대목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 올라와 나무로 자라난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고욤나무는 본래의 근본을 잊지 않고 스스로의 본성을 드러냈나 보다. 생명은 역시 대단하다! 이렇게 큰 나무로 자라났는지 그동안 지나치면서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렇게 가지마다 고욤이 달려 있어 고욤나무임을 알았다. 고욤나무의 속명 Diospyros는 여신 Dios와 곡물을 뜻하는 Pyros의..

나무 이야기 2024.01.16

홍자단(Cotoneaster horizontalis Decne) (24.1월)

동네 쌍용산공원의 계단길 옆에 자리 잡은 홍자단은 지난해 여문 붉은 열매들을 여전히 매달고 겨울을 나고 있다. 기온이 영하 10도를 오르내리고, 눈도 많이 내린 추운 한겨울이지만 작은 잎들도 가지마다 붙어 있고, 꽃이 피었던 만큼 빽빽하지는 않지만 열매들도 가지마다 드문드문 달려 있다. 홍자단 열매는 새들이 좋아하니, 아마 새들이 많이 따 먹은 듯해 보인다. 홍자단(紅紫檀)은 비스듬히 누운 줄기에 양쪽으로 평평하게 가지가 난 모습이 마치 참빗이나 물고기뼈처럼 생겼고, 가지에 난 잎 겨드랑이마다 작은 붉은 꽃들이 콩알처럼 피어나는 독특한 모습의 나무이다. 홍자단은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수련사(水蓮沙), 순자목(栒刺木), 암릉자(岩楞子) 등으로 불리며, 영명은 Rockspray Cotoneaster이고, 홍자..

나무 이야기 2024.01.06

사철나무(Euonymus japonicus Thunb) (23.12월)

요즘 동장군이 기승을 부린다. 영하 10도를 가볍게 오르내리며 한겨울의 매서운 맛을 제대로 보여 준다. 하늘과 땅을 움츠려 들게 하는 매서운 날씨이지만, 사철나무는 한 여름처럼 늘 푸른 여전한 모습이어서 더욱 돋보이는 나무이다. 무성한 초록 잎이 난 가지마다 마치 꽃이 피어난 듯 붉은 열매들이 화려하다. 초록 잎새들과 대비되어서인지 붉은 열매들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한 겨울에 피어난 어떤 꽃보다도 더 선명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사철나무 가지를 살펴보니 겨울눈이 뚜렷하다. 줄기나 가지 끝, 그리고 잎겨드랑이에 큼직하게 자라난 겨울눈들이 마치 눈을 맞추기라도 하는 듯이 마주 본다. 사철나무는 사계절 내내 푸른 잎을 보여주는 늘 푸른 나무여서 붙여진 이름이며, 겨울에도 푸른 나무여서 동청목(冬靑木)..

나무 이야기 2023.12.20

산수국(Hydrangea serrata f. acuminata) (23.12월)

12월의 산수국을 만나니 꽃이 피었던 모습이 흔적으로 뚜렷하게 아직 남아 있다. 가짜 꽃인 무성화는 바짝 마른 모습으로 여전히 달려 있고, 진짜 꽃이 자잘하게 피었던 중앙부위는 삭과인 종자들이 빼곡하다. 주로 꽃에 관심이 많이 가는 꽃나무여서 종자가 달린 모습은 늘 뒷전이었다. 살펴보니 깨알같이 작은 갈색으로 여문 산수국의 종자들이 빼곡하다. 진짜보다 더 화려한 가짜 꽃이 피는 산수국은 산에서 자라고 물을 좋아하는 수국종이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수국은 산수국의 가짜 꽃이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종이다 보니 가짜 수국이고 산수국이 진짜 수국이다. [산수국] 장미목 범의귀과 수국속 낙엽활엽 관목, 높이 1m 잎 마주나기, 긴타원형, 톱니 꽃 7∼8월, 흰색 하늘색, 산방꽃차례 열매 삭과, 난형, 9~10월,..

나무 이야기 2023.12.18

오갈피나무(Eleutherococcus sessiliflorus) (23.11월)

강릉 허난설헌생가터와 기념관에도 가을이 깊었음을 키 큰 튤립나무들이 노랗게 단풍이 들어가며 몸으로 말해주고 있다. 들어서는 입구와 기념관 앞마당의 튤립나무들이 온통 가을색으로 갈아입었다. 허난설헌생가터의 앞마당으로 들어서니 오갈피나무가 검은 열매들을 가지마다 꽃처럼 매달고 있다. 생가터 주변은 소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밤나무와 튤립나무 등 워낙 키 큰 나무들이 많아서 키 작은 오갈피나무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검은 열매들이 꽃처럼 주렁주렁 달려서 그나마 눈길을 끌었다. 오갈피나무는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5개로 갈라져서 붙여진 이름인데, 아칸소파낙스(Acanthopanax)라고도 불리는데, '가시'라는 말의 아칸소스(Axanthos)와, '모든 것'을 뜻하는 판(pan), 그리고 '치유, 치료'라는 의미의..

나무 이야기 2023.11.15

물박달나무(Betula davurica) (23.11월)

가을이 깊어진 강릉솔향수목원에 들어서니 산비탈을 따라 울긋불긋한 단풍이 어우러져 제법 가을산 스러워 보인다. 입구를 들어서 다리를 건너려는데 노란색 단풍이 물든 물박달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가에 사는 키 큰 물박달나무가 오늘은 왠지 작아 보인다. 가지 끝에 숨어있는 열매들이 점점 회갈색으로 물들어가며 제법 튼실해졌다. 물박달나무는 자작나무처럼 흰빛이 나는 줄기이지만 나무껍질이 훨씬 너널너널하다. 물박달나무는 박달나무 중에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박달나무] 참나무목 자작나무과 자작나무속 낙엽활엽 교목, 높이 20여m 수피 회백색, 너덜너덜 벗겨짐 잎 어긋나기, 난형, 톱니 꽃 5월, 이삭꽃차례 열매 견과, 타원형, 9월 말 [물박달나무]는 참나..

나무 이야기 2023.11.15

병아리꽃나무(Rhodotypos scandens) (23.11월)

강릉솔향수목원으로 들어서니 가을이 단풍으로 물들었다. 그런데, 주변은 온통 가을 향기로 가득한데 딱 한 곳만 녹색 잎이 한가득이다. 병아리꽃나무들이다. 가을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까맣게 익어가는 열매들은 결실의 계절임을 말해주고 있다. 4개씩 모여 달린 둥근 열매들이 검은 꽃처럼 빛난다. 병아리꽃나무는 순백의 하얀 꽃잎 4장이 한들한들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어린 병아리를 연상시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병아리꽃나무] 장미목 장미과 병아리꽃나무속 낙엽활엽 관목, 높이 2m 잎 마주나기, 난형, 겹톱니 꽃 4~5월, 흰색, 지름 3∼5cm 열매 견과, 타원형, 10~11월 [병아리꽃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병아리꽃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며, 높이는 2m 정도이다. 학명은 Rhodotypos..

나무 이야기 2023.11.14

유카(Yucca gloriosa) (23.11월)

경포호수를 한 바퀴 도는 산책길 옆으로 키 큰 꽃송이들이 구경이라도 하는 듯 긴 목을 빼고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호수와 호수광장 사이의 길가에 자리 잡은 이 꽃들은 지극히 이국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멀리 북아메리카에서 온 유카이다. 줄기를 따라 사방으로 솟아 난 잎들이 탐스러워 보이는 듯해 보이지만 잎끝이 날카로운 창끝 같아 찔리기 쉬워서 가까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꽃들이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찔리더라도 다가가서 들여다보게 된다.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불 밝히듯 호롱불을 다닥다닥 매달아 놓은 듯한 모습으로 몽실몽실 피어나고 있다. 유카의 속명 Yucca는 아이티섬의 지역명인데, 이 이름을 그대로 속명과 국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유카] 백합목 용설란과 유카속 상록관목, ..

나무 이야기 2023.11.11

산뽕나무(Morus bombycis) (23.10월)

대관령 옛길을 오르다 보면 초가집이 나타나는데. 이름하여 주막집이다. 이 주막집은 옛날 대관령을 넘던 사람들이 쉬어가던 곳이라 한다. 지금은 전통 초가를 복원해 오가는 사람들의 잠시 쉬어가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막집 앞에는 주변을 압도하는 키가 큰 산뽕나무와 밤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다. 밤나무도 굵고 크지만 산뽕나무도 한 덩치 한다. 주변에 뽕나무들이 여러 그루 자라는 걸 보니 이곳이 사람들이 살았던 곳임이 분명하다.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린 듯한 모습으로 우람하게 자라났다. 산뽕나무는 산에서 자라는 뽕나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산뽕나무] 쐐기풀목 뽕나무과 뽕나무속 낙엽활엽 교목, 높이8~10m 잎 어긋나기, 난형, 톱니 꽃 암수딴그루, 잡성주, 5월, 녹색 열매 집합과,구형, 6월, 흑..

나무 이야기 2023.11.02